감성은 그대로, 감동은 두 배로…두근두근 설렘덩크

입력 2023-02-16 18:01   수정 2023-02-24 19:04

300만 명.

완결 26년 만에 극장판 만화로 부활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 44일 만에 세운 기록이다. 슬램덩크는 16일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300만 명 돌파 기록을 썼다. 10대 때 본 추억의 만화책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즐기겠다는 3040세대가 극장으로 몰려가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함께 열광한 덕이다. 5년 전 개정판으로 나온 슬램덩크 만화책은 두 달 새 100만 부 넘게 팔렸다. 지금 책을 주문해도 다음달에 받는다. 만화책 속 농구부 선수들이 신었던 신발들도 다시 인기다. 슬램덩크 굿즈를 파는 팝업스토어는 연일 긴 줄을 서야 겨우 들어간다. 하루 매출이 1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소장하고 있던 낡은 슬램덩크 책 세트를 자랑하듯 소셜미디어에 올리는가 하면, 고이 간직하고 있던 농구화는 중고 시장에서 몇 배의 가격에 되팔린다.

이쯤 되면 슬램덩크는 만화 그 이상이다. 많은 사람에게 ‘인생의 책’으로 남아 지칠 때 힘이 되고, 어두운 시간을 밝혔다. ‘인생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셀 수 없다. “거기엔 하기 싫어 죽겠는데 억지로 시늉만 내고 있는 자 따위는 없었다. 나는 묘한 슬픔 속에서 그걸 읽었다”(판사 출신 드라마 작가 문유석)는 이가 있고, “내가 만약 슬램덩크를 읽지 않았다면 어딘가 쫓기는 듯 결핍된 채 지내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는 이도 있다.

슬램덩크는 여전히 누군가의 ‘터닝 포인트’다. 10~20대 남성의 전유물, 동호인들을 위한 길거리 스포츠로 여겨졌던 농구는 이제 잊을 때가 됐다. 실내 농구 클래스엔 현란한 개인기를 차근차근 익혀가는 여성들이 줄을 잇고, 농구 스킬을 제대로 배우는 ‘1인 농구 PT’도 생겨났다. 공이 림을 가르는 희열을 느끼기 위한 ‘볼러(baller)’들은 오늘도 코트 위를 달린다.

이번 웨이브는 ‘그깟 만화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보내는 답이다. 결점과 트라우마를 가진 채치수와 강백호, 서태웅과 정대만, 송태섭과 신준섭이 결국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다고. 어쩌면 그 시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진짜 어른들의 삶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고.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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